심한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는 피해자라도 친밀한 관계라는 이유로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지원자는 피해자가 미처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의 맥락에서 충분히 인식하게 하여 ‘폭력’으로 이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피해자는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고, 피해상황과 맥락을 드러냄으로써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해 나가는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원자가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 경우 피해자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피해자를 폭력의 희생자로만 여길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모든 감정에 무조건적으로 공감하거나 지지해서도 안 됩니다. 지원자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피해자가 놓여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기도 어려운 만큼 데이트 상대, 직장 동료 등 친밀한 사람이 가해행위자라는 것을 깨닫고 그 사람에게 ‘가해행위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폭력을 행사한 상대를 ‘가해행위자’라고 명명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행위자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비로소 가해행위자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의 성질이 확실히 보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는 피해자로 하여금 폭력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지원합니다. 행위자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며 설득하려 해도 흔들리지 않도록 행위자의 폭력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도록 합니다. 단 한 번의 폭력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도록 합니다. 이때 인적, 사회적 지원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사람이 어떤 문제를 똑같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 겪지는 않습니다. 문제에만 신경 쓰지 말고 그 문제를 지닌 피해자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지원자는 그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를 소홀하게 생각하거나 상황을 왜곡시키기 쉽습니다. 지원자는 피해자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경험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원자는 피해자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피해자의 문제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피해자 본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자만큼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원자는 피해자의 내면의 힘을 믿고, 피해자의 문제는 피해자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가 아닌, 이러한 폭력으로 포섭되지 않는 데이트 폭력 등의 피해자 지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행 제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서 그 사각지대를 파악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도적 한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피해자를 지원하는 지원자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역할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출처: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의 전화 (2018). 데이트폭력·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