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성폭력 사건은 모르는 관계의 남성에게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70%가 아는 관계에서 발생 합니다. 대부분의 성폭력사건은 일상적이고 친밀성이 높은 관계인 직장, 가족, 학교,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합니다.
폭력의 원인을 참을 수 없는 성욕이라고 보는 것은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의 행위 자체가 아닌 본능적이며 참을 수 없는 ‘성욕을 일으킨 상황’에 두는 것입니다. 이는 성폭력 가해 행위자의 책임을 축소하거나 면제받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성적 욕망을 느꼈더라도 상황과 조건, 관계의 맥락에 따라 실제적인 성적 행위로 옮길 것인지 말지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의 능력입니다. 대부분의 성폭력은 성욕을 조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행위자의 권력(남성, 직급, 나이 등)을 악용해 발생합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그 관계성으로 인해 사소화되기도 합니다. 폭력은 권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한 행위이며, 사회적 범죄입니다. 따라서 지원자는 맥락을 살피고, 폭력을 갈등, 부부싸움 등의 문제로 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별 권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에도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에게 옷차림이나 행실을 문제 삼기도 하며, ‘맞을 짓’을 했다는 비난을 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피해자 다움’을 강요하고 이에 맞지 않는 피해자에 대해서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폭력은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폭력의 책임은 모두 가해자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해자의 통제와 감시로 인해 피해자가 폭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공포심, 무기력감 등 폭력 피해의 결과로 인해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 양상은 폭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수도 있지만, 피해에 대해 침착하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명확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피해를 입었을 때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해야 한다/할 것이다’는 없습니다. 지원자가 생각하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유란 폭력 피해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당시의 분노나 슬픔의 감정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지원자는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예방’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일상을 제한하는 것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도 일상을 온전히,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에 대한 책무가 있습니다. 성희롱,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하고, 성차별적인 의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동성 간에도 성희롱이 성립합니다. 2018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겪었을 때 남성피해자가 ‘참고 넘어감’의 비율이 여성피해자보다 더 높습니다.(남성 87.9%, 여성 78.6%) ‘남성은 성적인 문제에 관용적이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 때문에 성희롱을 겪었을 때도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문제를 제기 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즉, 성 불평등한 문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특정 성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출처: 여성가족부. (사)한국여성의전화 (2018). 데이트폭력·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9). 사례로 배우는 성희롱 예방 – 고위직∙중간관리자 用]